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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천천히 이별하기 - 갑자기 헤어지면 힘들고 슬퍼할 것 같아서

 

 

 

 

너무 힘들게 살아온 것 같다

너무 힘들게 살아온 것 같다.

앞만보면서, 가족을 위해, 미래를 위해, 

돌아보지 못하고, 나를 버리고, 현재를 보지 못하고,

 

 

결혼 12년차, 내 나이 35살

35살, 105kg 정도의 거구가 된 나는 이른 결혼에 학업과 일을 위해 70kg 대였던 20대 청년이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항상 앉아서 책을 보고, 서류를 보고 이제는 나빠진 눈에 굽은 허리, 어깨는 오십견이 온듯 쑤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 스스로도 고려대상이 아니였고 항상 두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다른 가족들이 선호하는 것에 선택을 맞추어, 사실 요즘에는 "내가 뭘 좋아하는 지, 무슨일을 좋아하고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 가" 까지도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나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첫 직장 사회 초년생에 중소기업을 들어가 170만원 박봉에 시달리던 것에 비하면 현재는 순급여 월 500만원에 (여전히 직장인이지만) 직장인으로 약 300% 성장한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 과장 달면서 돈이 몇푼 모이긴했지만(몇 달), 작년까지만 해도 11년을 고생하면서 벌어도 가족들에게 다 들어가고 한달살이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걸 바꿔보고자 비용을 아껴봤었지만 비용은 아껴봐야 크게 줄어드지 않고, 중요한 것 수입이 많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사업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하고 능력이 있어도 마지막에는 결국 자금이 모자라 큰건의 오더를 따도 이행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고 회사로 돌아왔다.

 

관심이 필요한걸 까

요즘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참 외롭다.

한창 사업을 하다가 회사에 들어오니, 답답한 것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일이 시원시원하게 가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막히는 것이 특히 그렇다. 스텝들이 잘 따라오지 못해 설명하는데 하루를 쓰다보면 차라리 혼자서 다 처리하는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너무도 업무량에 내가 혼자 다 처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은 하나하나 종이에 그리고 쓰며 설명한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오후 7시.

10시쯤에 자고 싶지만, 쉽게 잠도 오지 않고 폰을 보며 저녁 12시 까지 지세운다.

몸은 피곤한데, 잠에 들지를 못한다.

최근에 아파온 어깨가 더욱 시려온다.

어느땐가 부터 무관심한 아내가 보기도 싫어지고, 사실은 와이프에게 집을 나가서 따로 살겠다고 하였는데 집에 돌아가서 보니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려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하겠다.

나도 홀어머니 밑에서 혼자 자란지라 아버지가 없으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여실이 알고 있다. 또 나는 어릴때에 반드시 이혼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평범한" 가정이라는, 아버지가 돈벌어오고 어머니가 돌봐주시는 그런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받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런데 핑계라면 핑계일까, 나도 사람인걸까.

요즘 문득 나에 대해 관심이 없어진, 일을 다시 시작하고 많이 바빠진 아내를 보니 처음에는 대견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며 일마치고 돌아와 같이 대화할 시간도 없어진 아내를 보며, 과연 이러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야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오늘 아침에 베란다에서 혼자 이렇게 써보았다.

어제 밤, 서제에서 혼자 잠들었더니 좀 더 일찍 잠든 것 같다.

중간에 밧데리가 꺼져서 바닦에 내려놓고 눈을 깜았는데, 바로 잠든 것 같다.

오랜만에 10시쯤 잠들었더니, 아침 5:30에 일어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든 생각이:

"나는 열심히하고, 좋은남편 좋은 아버지인 것 같은데"

"와이프는 그런것을 모르고, 나를 소홀히 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섭섭하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좋은남편 인걸까.

나는 좋은 아버지인 걸까.

또는 이런한 것에 상관없이, 그저 시간이 많이 지나고 와이프도 일에 바빠지다보니 그런걸까.

내가 속이 좁은 걸까.

내가 배려하지 못하는 걸까.

"..."

아내에게 의지하려했던 내가 바보인걸까.

아내에게서 연인과 같은 애정을 바라는 게 잘못일까.

이제 배가 불러지니까, 뭐 다른게 필요해진걸까.

매슬로우 욕구단계이론처럼?

나를 찾고 싶다.

어디서 부터 꼬여버린 걸까.

몇 달동안 관계를 회복해보고자 레스토랑에가서 저녁도 먹고, 이리저리 놀러도 다니고..

그래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12년을 함께 살면서 어찌보면 가장 경제적으로 풍부한 이시기에 어느때보다 잘해주고 관심을 보였지만, 원래 그렇다는 무관심의 연속이다.

그런 아내를 보여, 더 이상 내마음을 의지할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져 있어 볼까.. 아내와 천천히 이별해볼까.."

모든 갑작스러운 것들은 안 좋은 결과와 후회를 남기니까..

아내와도 아이들과도 조금씩 서로를 잊어 옆에 있어도 없어도 누구도 슬퍼하지 않을 때가 될때까지..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이별해 볼까..